히브리어와 그리스어를 배우고 싶은 완전 초보자 길잡이
우리말 성경은 모두 번역서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 해당 단어나 문장이 뜻하는 바를 정확하게 우리말로 옮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각 언어의 배경과 환경이 다르고 단어에 배인 의미가 독특한 데다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역자의 고민이 깊고 서로 다른 번역본이 다양하게 나온다. 특히 성경처럼 몇 백 년에 걸쳐 쓰이고 편집된 책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한국 천주교회에서 현재 사용하는 공용 ⟪성경⟫과 그 전에 보던 ⟪공동번역 성서⟫를 비교해보면 금방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공용 ⟪성경⟫의 ‘일러두기’에서 알 수 있듯, 구약성경의 대부분은 히브리어(일부는 아람어와 그리스어)로, 신약성경은 그리스어로 쓰였다. 즉, 성경 언어는 성경이 쓰일 때 사용된 고대 히브리어와 고대 그리스어(그중에서도 코이네 그리스어)를 가리킨다.
일반 신자들은 우리말 성경도 제대로 못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데, 옛날 옛적의 성경 언어까지 신경 써야 하나 하고 부담스러워한다. 맞는 말이다. 먼저 익혀야 할 책은 우리말 성경이다. 공용 ⟪성경⟫만 해도 17년 동안 많은 학자가 심혈을 기울여 우리말로 충실하게 옮겨 갈고 닦아 펴낸, 훌륭한 번역 성경이다. 하지만 번역 성경을 읽고 공부하다 보면 그 의미를 좀 더 깊이 살피고 싶어진다. 그러면서 원어 곧 성경 언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신약성경과 언어학 전공자인 저자(염철호 신부)는 성경 언어를 알고자 하는 신자들의 바람을 채워주고자 완전 초보자를 위한 길잡이 책을 펴냈다.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문자를 읽고 쓰며 우리말로 음역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기본 문법까지 쉽고 간결하게 소개한다. 특히 저자는 성경 언어에 친숙해지도록 야훼, 아담, 아브라함, 모세 등 히브리어 이름과 토라(오경, 율법), 브라카(복), 할렐루야, 다바르(말씀), 임마누엘, 아멘 등 친숙한 히브리어 표현들을 신앙적으로 풀이해 알려준다. 또 압바, 에파타, 마라나 아타 등 아람어를, 예수와 에클레시아(교회). 에우앙겔리온(복음), 키리오스(주님), 밥티조(세례) 등 친숙한 그리스어 표현에 담긴 신학적 의미들을 설명한다. 나아가 신자들에게 친숙한 시편 구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히브리어 노래를 여러 곡 소개하여 히브리어와 좀 더 친숙해지도록 돕는다. 이런 여러 부분이 이 책의 특성 중의 하나이다.
요즘 방탄소년단의 노랫말을 이해하기 위해 한글을 공부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무엇이든 본래의 뜻을 알려면 관련된 본래의 언어를 배우는 일이 꼭 필요하다. 사랑하면 그 대상에게 더 집중하게 된다. 하느님 말씀을 한층 깊이 이해하고 살기 위해 성경 언어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 역시, 하느님을 사랑하는 하느님 백성에게는 자연스러운 발걸음일 것이다. 이 책은 완전 초보자용이라 성경 언어를 제대로 공부하기에 내용이 부족한데, 그것을 채우는 길에 대해서도 안내한다. 가장 큰 문제는 성경 언어의 문턱이 너무 높다고 여기는 심리적 부담감. 이 책은 결코 쉽지 않은 그 길로 한 걸음씩 내딛도록 부드럽게 이끌어 감미로운 그 맛을 느끼게 동반한다.
책 속에서
들어가면서 _6
제1부
히브리어와 아람어
01 히브리어와 처음 만나기 _10
02 히브리어의 자음 _16
03 히브리어의 모음 _22
04 히브리어 철자 연습 _30
05 히브리어의 한국어 음역 규칙 _36
06 친숙한 히브리어 표현들 _48
07 히브리 이름들 _66
08 히브리어의 독특한 문법 _74
09 아람어 _88
제2부
그리스어
10 그리스어와 처음 만나기 _98
11 그리스어의 한국어 음역 규칙 _106
12 친숙한 그리스어 표현들 _114
13 그리스어 문법 1 –관사, 명사, 형용사, 전치사 _128
14 그리스어 문법 2 –동사 활용 _136
15 그리스어 성경 주석의 예: 주님의 기도 _144
나가면서 _158
부록
01 히브리어와 그리스어의 수가 _160
02 히브리어 노래 배우기 _166
저자소개
지은이 : 염철호
부산교구 사제로 로마 교황청립 성서대학(성서학 석사)과 부산대학교(언어학 박사)에서 수학했다. 현재 부산가톨릭대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친다. 저서로 《바오로 서간》(2017), 역서로 《최고의 성지 안내자 신약성경》(2012), 《우리 선조들이 전해준 이야기-구약성경의 설화 분석 입문》(공역, 2013), 《성경 읽는 재미-설화 분석 입문》(공역, 2014), 《신약성경 연구방법론》(2015), 《자비의 집》(2016), 《편지를 쓴 바오로》(2018)가 있다.
성경 공부를 하면서 여러 가지 특강을 종종 듣곤 합니다. 그때마다 성경 주해가 빠지지 않는데, 아무래도 모르는 언어다보니 이해가 늦습니다. 독일어나 프랑스어, 라틴어, 그리고 그리스어는 그래도 알파벳 문화권의 영향력때문인지 어떻게 읽고 짐작할 수 있는데, 히브리어는 이리 봐도 저리 봐도 구별하기 힘든 꼬부랑 글씨 같아서 헤메다 보면 성경의 핵심 메시지는 이미 잊히기 십상입니다.
이 책을 통해 염철호 신부님은 우리가 성경을 한글 번역본으로 보는 것 너머의 의미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을 제공해 줍니다. 스스로는 "들쑤셨다"라고 말씀하셨지만, 길을 잃지 않게 안내해주는 가이드를 두고 큰 미술관(루브르 박물관 쯤을 예로 들면 괜찮을까요?)을 한번 돌고 나온 기분입니다. 본격적으로 공부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모르는 채로 평생 가기에는 아쉬움이 있었기에, '이런 모양이 나오면 대체로 이런 의미입니다' 하고 알아챌 만큼이라도 감을 잡고 싶던 저에게는 매우 감사한 책입니다. 지금와서 성경 언어를 다 배울 수 없고 그럴 필요가 없다 하더라도, 성경을 공부하면서 궁금한 부분이 생길 때 옆에 두고 보고 싶은 책입니다. 동료 그룹봉사자들에게도 일독을 권해보고자 합니다.
3월 내내 이 책을 보았다.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흥미롭다. 그런데 성경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더욱 신비롭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숨을 거두시며 외쳤던 말씀인 “אלהׅי אלהׅי לֽמָא שֽׁבַקֽחַּנׅי 엘로히 엘로히 르마 스박타니”를 나는 이제껏 히브리어로 말씀하신 줄만 알고 있었다. 저 말씀이 아람어식으로 읽혀졌다는 사실과 예수님 시대 때 구약성경의 히브리어가 아닌 아람어화된 언어를 사용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성경을 공부하는데 우리말로 옮긴 내용을 해석하는 방법에 있어서 각 문장의 단어들을 여러 각도로 해석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하는데 사용된 언어들이 히브리어, 아람어, 그리스어로 쓰여 졌기 때문이라는 것과 언어 또한 그 시대의 역사에 맞게 변화하고 성경언어들이 여러 시기의 언어로 저술되었다는 것이다. 성경언어가 3,000여 년 전부터 2,000여 년 전까지 사용된 언어이고, 그 언어를 통해 하느님의 뜻을 전해주는 거룩한 언어라는 점에서 ‘배워봅시다 성경언어’라는 책은 시간을 길게 두고 차근차근 읽어 가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을 읽기에 자음과 모음이 나오고 음역의 규칙들이나 문법이 나올 때 흥미를 갖고 공부하는 교우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지루함을 가지고 흥미를 잃는 교우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끝까지 흥미를 가지고 책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책을 공부하기 위해서 본 것이 아닌 그 시대의 언어들 즉, 성경의 언어들이 과연 신앙적으로 어떤 의미를 두고 있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천천히 읽으며 공부식 암기가 아닌 궁금증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다가가니까 오히려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책 이였던 것 같다. 특히, ‘언어를 해석하는 가운데 말씀의 깊이를 알게 되고 깨닫게 되었다’는 진실만은 이 책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싶다. 책에서도 말하듯이 신앙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의 글임과 동시에 초보자가 성경언어를 공부하기에도 매우 유익한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아직 읽어보지 않은 교우분들께 추천하고 싶다.